요즘 놀면 뭐하니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무한도전이 종료된 이후로 공백이 컸던 토요일 저녁을 다시 채워주는 프로그램이 생겨나서 매우 반갑다는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점입니다.
김태호 PD 특유의 기획력이 돋보이고, 그걸 살려줄 가장 적합한 인물은 역시 유재석이라는 생각입니다.
놀면 뭐하니를 시작한 후로 이런 믿음이 생겨나기까지 대중들에게는 몇 주, 몇 달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카메라를 돌려가며 개인 영상을 릴레이로 찍을 때만해도 참신하긴한데 2, 3회만 봐도 금새 질려갔거든요.
아마 다들 1달 쯤 지나서 불안함을 느끼셨을 겁니다.
유튜브 등의 트렌드를 쫓아서 영상 촬영 컨텐츠로 가는건가 했지만 릴레이로 이어받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역량 차이가 너무 컸고, 그만큼 재미도 들쑥날쑥한데다 포맷 자체가 익숙해지니 금새 시들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기우였더군요.
얼마 후 드럼을 배우더니 카메라가 아닌 녹음한 드럼 비트를 돌리면서 유플래쉬가 시작되었고, 무엇을 돌리느냐의 목적어가 변하면서 릴레이라는 컨셉이 단시간에 지루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단순 카메라 촬영 컨텐츠가 아닌 음악이라는 전문성 높은 분야이다보니 다음 릴레이 주자를 허투로 정하지 않고 신경써서 넘기는 탓에 누가 이어받느냐에 따라 퀄리티가 떨어지는 일 없이 다양한 개성으로 인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사람만 바뀌는게 아니라 사람과 전달하는 매체 2가지를 바꾸니 그야말로 1차원에서 2차원으로 진화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또 분기를 통해 베리에이션이 생겨나면서 여러 곡의 음악이 탄생했고 각 음악마다의 색다른 분위기를 통해 어떤 1개의 창작물이 얼마나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날로 발전하는 유재석의 드럼 실력까지 금상첨화인 컨텐츠였죠.
하지만 진정한 대박 컨텐츠는 유플래쉬가 아니었습니다.
유플래쉬가 엄청난 기대를 매주 받다가 다소 허무한 독주회를 끝으로 마무리를 할 때 쯤, 잠시 맛보기만 보았던 뽕포유가 본격적으로 바턴을 이어 받았습니다.
처음엔 그냥 트로트 좀 배워보나보다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걸 시작으로 작곡 작사가들을 만나면서 노래가 만들어지더니 그걸로 녹음을 하고 의상을 받아서 입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아침마당에 나가서 홍보도 하고 심지어 한 곡이 아니라 두 곡을 만들었습니다.
유플래시에서는 유재석의 비트를 돌리면서 유재석은 그냥 참관만 하러 각 사람들에게 보냈다면, 뽕포유는 카메라도 비트도 아닌 말 그대로 유재석을 릴레이 시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뽕포유를 통해 유재석은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모두 성인 가요 및 전체 가요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생산된 컨텐츠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반전이었던, 오늘 방송에서의 라면집은 새로운 요리 컨텐츠로 무언가 하려나보다 했던 시청자들을 한방 먹였습니다.
알고보니 그것도 또 하나의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기 위한 관찰용 이벤트였던 것입니다.
뽕포유에서 얼렁뚱땅 요리로 넘어가는 줄 알게 해놓고, 사실은 뽕포유의 연장선에 있는 단순 이벤트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라면집에서조차 사람들의 일상과 애환을 은근슬쩍 녹여놓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그게 뽕포유 곡 상을 떠올리기 위해 찍은 것인줄 몰랐구요.
다음 주 예고편에서 유산슬 굿바이 콘서트 소식도 나오던데 이것도 아마 유재석이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겠죠?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 일자 : 2019년 12월 22일 저녁 7시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 장소 : 일산 MBC 드림센터 공개홀
1집이라고 표현해서 유산슬 2집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까지 가지게 하네요.
그렇다면 인생의 라면은 1집에 들어갈지 2집에 들어갈지!
이렇듯 놀면 뭐하니는 사람들의 예상을 뻔하게 만들어 놓고 그 풀린 긴장감 속에서 반전을 통해 아차 하는 감정과 역시 김태호 피디! 하는 생각을 동시에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뽕포유가 진짜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궁금하고 다음 컨텐츠가 무엇이 될지도 궁금합니다.
아마 우리가 또 긴장이 풀릴 때 쯤 한방 먹이면서 무언가가 시작되겠죠.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토요일 저녁을 채울 수 있는 큰 무언가가 다시 부활하여서 너무 반갑고 좋습니다.
다음 주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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